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. 경제적 자본과 사회·문화 자본이 한데 모인 이곳은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무대가 되었고, 과밀한 인구 밀도는 그 경쟁을 더욱 격화시킨다. 도시 공간을 감도는 긴장감은 바로 이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 불안감에 기인한다. 경쟁에서 밀려나는 일은 단지 개인의 실패를 넘어, 그가 속한 공동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.
나는 스스로 설정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공간에 들어왔다.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삶은 점점 개인의 바람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거대한 구조물 위에 올라탄 듯한 느낌으로 변해갔다. 그 구조물 위에서 개인은 더 이상 방향을 결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. 일단 탑승한 이상, 방향도 목적지도 알 수 없는 채 흐름에 내맡겨져 구조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.
《서울 우울》은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위태롭게 기울어진 균형감을 의식하며, 막연하게 일상을 떠돌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풍경의 기록이다. 이 작업은 도시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위치와 감정을 가시화하고,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는다.



